<일상이 철학이다. 삶의 지평을 넓이는 에세이철학>(모시는 사람들, 이종철, 2023) 출간
철학자 이종철이 에세이철학 관련해서 <일상이 철학이다. 삶의 지평을 넓이는 에세이철학>(모시는 사람들, 2023)을 출간했다. 이 책은 저자가 2021년에 출간한 <철학과 비판-에세이철학의 부활을 위하여>(수류화개, 2021)의 후속판이라고 할 수 있다. 앞의 책이 철학과 에세이 중에 ‘철학’에 좀 더 많은 비중을 두었다고 한다면. 이번의 책은 ‘에세이’ 성격이 좀 더 강하다.
에세이철학은 기존의 철학이 우리 시대의 삶을 외면하고, A4 10매 짜리 전문 논문들 속에 갇힌 현실 속에서 철학을 대중화하고 일상화하고자 한다. 원래 과거의 철학들은 대부분 에세이 철학이었다. 베이컨, 몽테뉴, 파스칼 등의 철학은 빼어난 에세이철학의 전형이다. 이런 글쓰기는 근대의 장자크 루소와 존 로크, 마르크스와 니체 등에 이르기까지 이어져 왔다. 그런데 전문 강단 철학자인 크리스찬 볼프와 임마누엘 칸트가 아카데믹한 글쓰기를 정립한 이래 현대에 들어오면 대부분의 철학이 이런 전통을 따르고 있다. 오늘날의 철학자들이 다른 연구자들의 논문이나 연구서가 없이는 단 한 줄도 글을 쓰기가 어렵게 되면서 철학은 점점 더 소수의 전문가들만이 다루는 철학이 되고 말았다. 저자의 에세이철학은 현대의 철학이 처한 이런 현실 속에서 철학 본래의 정신을 구현하고자 한다.
에세이철학의 정신은 “밥짓고 물깃는 데도 도가 있다.”는 당의 선사들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이들은 일상의 삶을 넘어서는 초월 세계를 부정하고, 살불살조(부처가 보이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가 보이면 조사를 죽인다.)의 비판 정신을 그 어떤 철학 보다 잘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어려운 불교의 언어들을 일상의 언어로 번역해서 쉬운 불법을 대중 속에서 구현하려고 했다. 마찬가지로 에세이철학도 그와 같은 선의 기본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첫째, 에세이철학은 남의 사상에 올라타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구현한다. 둘째 에세이철학은 추상 개념을 줄이고 일상언어를 사용한다. 셋째 에세이철학은 일상의 삶과 그 시대를 상대로 철학을 한다. 에세이철학은 이런 기본 정신 하에 일상을 철학화하고, 철학을 일상화하고자 하는 하나의 철학운동을 지향하고 있다.
이번에 나온 저자의 신작 역시 이런 정신에 입각해서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소재들을 가지고 어려운 철학을 얼마든지 쉬운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 1부는 일상과 철학을 다루고, 제 2부는 현대의 종합 예술이라고 하는 영화와 비평을 다뤘다. 제3부는 진영정치로 대변되는 한국사회의 사회와 정치를 거시적인 안목에서 다루고, 제4부는 점점 더 AI 등 과학기술의 발달에 의존하는 도구와 기술을 다루고, 제 5부는 한국을 둘러싼 동아시아 문명과 역사, 그리고 한글이 갖는 특별한 의미를 다뤘다. 마지막으로 지식을 생산하고 전파하는 한국의 대학의 문제점과 개선안을 다뤘다. 이 정도면 우리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대부분의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할 것이다.
이런 문제들은 일상의 중요한 문제들을 이루고 있지만, 지금까지 한국의 전문 철학들은 이런 주제들을 거의 외면해왔었다. 그들은 철학을 한다고 하면 공자와 맹자를 이야기하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유명 철학자들을 거론하는 것만이 철학으로 알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자기 생각보다는 남의 생각, 자기 언어 보다는 남의 언어, 자기의 삶과 시대 보다는 남의 삶과 시대가 우선이고 그것만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왔다. 이런 철학의 현실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저자의 에세이철학은 일상에서 이는 하나의 ‘철학 혁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변화와 운동은 처음에는 너무나 미미하거나 너무나 새로워서 그 의미와 기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의 에세이철학은 오늘 날 가장 역동적으로 철학 본래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은 한 두 권의 책으로 끝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2022년 5월 네이버 프레미엄 서비스와 계약한 상태에서 이곳에 무려 130편이 넘는 글을 게재했다. 이글들 대부분이 에세이철학 형태의 글이라서 기회가 되면 얼마든지 출판될 수 있다. 에세이철학은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많은 관심을 주목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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